고양이

고양이 drizzle 2009/10/07 03:26
뽈르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다. 예쁜 강아지는 그저 한 번 흘깃 쳐다볼 지라도 길가에 돌아다니는 집없는 고양이는 어떻게 해서든 꼭 만져보고 싶어 안달이었다. 반면 시몽은 고양이에 별 관심이 없었다. 싫어하지는 않지만 뽈르만큼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시몽은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하면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고양이를 부른다. 쭈쭈쭈. 개도 아니고 고양이가 좋다고 달려올리 없건만 시몽은 고양이가 혹시나 다가오지 않을까 빠지지 않고 혀를 찬다. 잠시 고양이가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어두움 속으로 사라지면 시몽의 기억도 어두워진 한 켠으로 가라앉는다. 고양이의 도도한 걸음걸이를 감탄하며 반짝이던 뽈르의 눈을 떠올린다.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뽈르는 독특한 의성으로 흉내내곤 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뽈르는 고양이를 만나면 쫓곤 하겠지. 그 독특한 울음소리를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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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름저녁

위대한 고독

위대한 고독 일상단상 2009/10/07 03:09
물론, 바라는 것은 동반자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도,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것도 좋다. 서로 자유롭고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각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구속하지 않되 굳게 신뢰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그러면서도 남은 인생이 외롭지 않을 수 있고 때로 의지가 될 수 있는 사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물론,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다 -사실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이상적인 삶 혹은 삶의 방식을 이성으로 포기하고 살고 싶지는 않다고 요즘은 생각한다. 하긴 소위 그 이성이라는 것이 대부분은 타인의 생각에서 전염된 것이 더 많겠지만.

물론, 적당히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선택을 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며 나 자신 또한 그렇게 될 확률, 무지 높다.

하지만 생각한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도 덮어두거나 지울 수 없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가슴과 머리 사이를 방황하며 떠나지 않는 것이라면- 고개를 돌려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사랑.. 마찬가지이다.
적정한 선에서의 타협으로 내가 진심으로 기뻐할 수 없다면 타협하지 않고 사는 길도 있다. 그것이 망망한 벌판에 바람을 맞으며 홀로 걸어가는 길일 것이 분명하다 해도, 힘들고 고독할 것이 틀림없다고 해도. 결국 뭔가 아쉬움을 남긴 채로 살아가는 길을 걸으며 인생 다 비슷한거야 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틀림없이 고독할 거야.
기왕이면 위대한 고독을 택하고 싶다. 그것과 맞바꿀 만한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 고독은 위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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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름저녁

그뭄달

그뭄달 drizzle 2009/09/30 02:24

시몽은 이따금 건널목 저편에서 어쩐지 쑥스러운 듯 웃으며 걸어오는 뽈르를 바라보던 때를 생각한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오로지 시몽 당신만 봐주었으면 해 하는 듯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는 그뭄달을 닮았었다. 그 웃음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뽈르의 집까지 가지 않고 그녀의 집으로 가는 마지막 건널목 빵집앞에서 기다리겠다고 시몽은 말하곤 했다. 하긴 가끔 그녀 집앞에 있는 호텔 주차장까지 가서 기다리는 때도 있었지만 그녀의 웃음은 여전했다. 그러나 시몽은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가운데 남몰래 살그머니 그뭄달이 뜨는 그 순간을 너무도 좋아했다.

뽈르가 프랑스로 떠난지 3년, 그동안 단 한 번도 그 곳을 지나친 적도 없던 시몽은 그 날 퇴근 후 저녁 그 건널목에 다시 섰다. 사람들은 여전히 복작대고 빵집도 건널목도 여전했지만 그뭄달은 더 이상 뜨지 않았다. 있어야 할 것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고 변한 것은 그다지 없는데 오직 그 그뭄달만이 다시 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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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름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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