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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감이란

늙어감이란 안짧은 이야기 2008/04/15 03:53
아침 출근길에 폐지를 줍느라 카트를 질질 끌고가는 할머니..

점심무렵 길가에 서서 예수 믿으라고 굽은 등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팜플렛을 돌리던 호호 할머니..

퇴근길에 버스정류장 한켠에 '보루바꾸' 상자를 깔고 앉아

푸성귀를 팔다 말고 파란 플래스틱 그릇에 물을 말아 김치와 함께

드시던 노점살 할머니..

이중 한 부류의 할머니(혹은 할아버지)만 뵈어도 반나절은 꿀꿀한데

오늘은 순서대로 다 만났다.

특히 교회 전단지를 나눠주시던 할머니는 그래도 곱게 연세가 드시고

공손히 전단지를 나눠주시는데 유심히 보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많이

아팠다. 본인은 나름의 종교적 신념이시겠지만 나는 왠지 저렇게 나이

드신분들을 길에서 전단지를 돌리게 하는 행위가 맘에 들지 않았다.

(물론 본인이 자발적으로 하신거라 믿는다)

우리 할머니가 생각이 나서 오랫만에 낮에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가우신건지 아닌지 목소리만으로는 구별이 힘들고 늘 그렇듯 당신의

용건만 끝나면 대뜸 끊어버리시지만 그래도 할머니 목소리를 듣고 나니

왠지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내가 나이가 들면 세상에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서럽고 슬픈 일일거라는 생각도 문득 든다.

돈이 없고, 할 일이 없고, 몸이 아픈것도 서러운 일이겠다만 무엇보다도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인간으로서의 존재의의를 지탱하는 가장 절실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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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사이트 kcaf.or.kr - 윤산 강행원 작품 갤러리
(저작권에 문제될 시 댓글 달아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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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26일에 egloos 에 썼던 글. egloos 에 별다른 애착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썼던 글이라고 놔두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씩 가져오려고 합니다. 오늘은 이걸 가져왔어요. 요즘은 어쩐지 아침에 폐지 줍는 노인과 마주치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듣자니 그나마 노인들 간신히 하시는 일을 가로채는 젊은 사람도 있다고 하고..

아침부터 마음 쓸쓸하게 하는 광경을 덜 보게 되는 것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힘들게 생활들 하고 계신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는군요. 가끔은 이런 제 생각도 그저 자위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럴때면 또 쓸쓸한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여름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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