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뭄달

그뭄달 drizzle 2009. 9. 30. 02:24

시몽은 이따금 건널목 저편에서 어쩐지 쑥스러운 듯 웃으며 걸어오는 뽈르를 바라보던 때를 생각한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오로지 시몽 당신만 봐주었으면 해 하는 듯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는 그뭄달을 닮았었다. 그 웃음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뽈르의 집까지 가지 않고 그녀의 집으로 가는 마지막 건널목 빵집앞에서 기다리겠다고 시몽은 말하곤 했다. 하긴 가끔 그녀 집앞에 있는 호텔 주차장까지 가서 기다리는 때도 있었지만 그녀의 웃음은 여전했다. 그러나 시몽은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가운데 남몰래 살그머니 그뭄달이 뜨는 그 순간을 너무도 좋아했다.

뽈르가 프랑스로 떠난지 3년, 그동안 단 한 번도 그 곳을 지나친 적도 없던 시몽은 그 날 퇴근 후 저녁 그 건널목에 다시 섰다. 사람들은 여전히 복작대고 빵집도 건널목도 여전했지만 그뭄달은 더 이상 뜨지 않았다. 있어야 할 것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고 변한 것은 그다지 없는데 오직 그 그뭄달만이 다시 뜨지 않았다.

Posted by 여름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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