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말고 연륜을 쌓기 위해 필요한 것

경력말고 연륜을 쌓기 위해 필요한 것 일상단상 2006. 5. 16. 22:26

이번에 부산에서 재미있는 분을 만났습니다.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실장님인데 여자분이예요. 처음 인사를 했을 때에는 저보다 어린 분으로 봤기때문에 상당히 능력있는 분이로군, 했는데 알고보니 저보다 3살이나 많은 분이셔서 깜짝 놀랐지요. 피부도 어찌나 팽팽하고 얼굴이 동안인지, 남자인 제가 봐도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에게 정작 놀란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였어요. 길게 말하지 않으면서도 명확하게 의사전달을 하는 모습도 그렇고, 이리저리 어지럽게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도 잊지 않고 그 결과를 직접 챙기러 오시는겁니다. 혹시 자신의 의사와 어긋나 있어도 목소리를 높이거나, 짜증내는 법도 없습니다. 그저 거기에 뭔가를 좀 더 첨부해달라- 이런 식이지요.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기분좋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돈을 버는 행위라기보다는 오늘 뭔가를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노력이다- 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는 분이였습니다.

도착한 날 일이 얼추 끝나고 간단하게 술자리를 가졌는데, 경력을 듣고서 또 놀랐습니다. 자그마치 그 분야에서만 14년을 일하셨다는거예요.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많은 나이도 아닌데 그만큼 한 분야에서만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해 존경심까지 들었습니다. 거기에 연극배우를 했던 이색적인 경력에, 어느날 영화에 '꽂혀' 1년동안 비디오까지 합쳐 영화를 1000편을 본 이야기등, 기타 범상치 않은 인생여정을 살아왔다는 느낌이 확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14년을 한 분야에서 일 한 사람이라면 싫어도 적지않은 Know-how를 가지게 되었을테고, 거기에 더해 이런저런 풍부한 경험을 한 사람이었지만 그것을 내세운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일을 하는 와중에도 이미 이 분과 안면이 있던 다른 분들의 반응을 보면 녹록치 않아보이는 남자분들도 이 분을 조심스레 대하는 한편, 신뢰하고 있고 인간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이 분의 경력과 know-how 만으로 조성될 수 있는 분위기였을까요?  또한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법, 모든 일을 끝내고 이 분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았는데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한 사람이 제대로 한다면 이런 결과물도 나올 수 있구나 하는 감탄만 나올 뿐이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분중 다른 여자분이 있습니다. 뭐 이쪽분도 경력은 적지 않은 분입니다. 일도 열심히 하는 분이고 나름대로의 평가도 받는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과 일하는 사람들은 단지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말 그대로 보수를 얻기 위한 일의 진행을 함께 할 뿐이지요. 옆에서 가만 살펴보니 이 분은 대화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어보였습니다. 그 왜 있지 않습니까, 같은 말을 해도 피곤하게 말하는 분들 말이예요. 이런 분께 지시를 받고 있으면 일을 하는 수고에 더해 나름대로 그 분과 의사소통에 있어 피곤한 점을 걸러내는데 적잖은 에너지를 소모해야합니다. 결과물은 볼 것없이 상당한 차이가 있지요. 위에 말한 실장님이라는 분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경력을 가지고서는, 경력의 차이를 감안해도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결과를 내놓았지요.

처음 언급한 실장님이 경력에 더해 자신만의 연륜을 다듬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다음에 언급한 분은 그저 경력만 쌓았을 뿐입니다. 단순히 말하는 방법만 고치면 될까요? 그건 아닐겁니다. 말을 곱고 부드럽게하는 것과 거칠게 말하는 것의 차이나 말하는 내용의 적고 많음 만으로는 그런 차이가 생기기는 힘들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큰 차이는 그 실장님은 분명한 '소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들었던 그 분의 직업관과, 나중에 언급한 분이 가지고 계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생각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 실장님이 가지고 있는 직업관에서는 말로만 듣던 '소명의식'이 있었습니다. 음식을 만들어내는 행위까지만 생각하는 요리사와 그 음식을 입에 넣을 손님까지 생각하는 요리사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테지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저희 아버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 나는 네가 이다음에 똥을 퍼도 좋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세상에서 제일 빠르고, 깨끗하게 똥을 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라고 하셨었거든요. 그 때 아버님이 하시고 싶던 말씀은 단순히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만은 아니었다는걸 이제야 알게되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누구에게든 확고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연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소명의식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덧붙여서
혹시 똥푸는 아저씨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제가 아주 어렸을 적에는 재래식 화장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명 '똥차'라는 것도 펌프를 달고 정화조를 청소하는 차는 가끔 보였고, 뚜껑달린 탱크만 실린 차와 아저씨들이 와서는 '똥지게'라는 것을 지고 와서 직접 퍼가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분들이 골목을 다니실 때는 어~~이, 어~~~이 하면서 사람들이 부딪히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다니셨죠. '국민학교'를 들어가서도 저학년때는 심심치 않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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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피닉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심히 공감합니다. 단지 안타까운 것은 저는 첫번째 분보다는 두번째 분과 비슷한 말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이성적이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하고자 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어 고쳐야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말하기 전에 한번 더 상대방을 고려하는 대화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대화란 자신이 혼자 공허하게 상대방에게 외치는 소리가 아니라 상대방과 자신이 교류하는 활동이기 때문이지요. (듣는 것은 자신있습니다만..;;)

    2006.05.16 23:27 신고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7 0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피닉스님-

      저는 이성적이고 효율적인 의사소통능력이 대단히 큰 장점이자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원치않는 오해를 피할 수 없는 방식이기도 해서 다소의 충돌이나 소원함을 감수해야하지요.

      저는 피닉스님과 반대로 다수에 반하더라도 효율을 추구하는 경제적 원리에 충실한 화법을 의식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는데 이게 상당히 어려워요. '네가 내 입장이면 그렇게 말 못할거다' 라고 하실지는 몰라도 제 생각에는 피닉스님이 이미 그런 능력을 체득하고 계시다면 다소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용이하실거라 생각됩니다.

      이성과 효율은 많은 학습과 연습이 필요하지만, 상대와의 교류를 추구하는 방식은 사소한 배려정도로도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경험했거든요. 거기다가 듣는 것에 자신있으시다니 금상첨화지 뭐예요 =)

  2. BlogIcon gmingm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글 읽고 또 '쿡-!' 하고 찔려버렸어요. '사랑니'를 건드린거 같아요. 왠지 실장님은 제가 아는 선생님과 닮으셨을 거 같아요. (씩씩하고 털털하시고 좋은 분이신데..) ..
    아무튼, 반성하고 돌아갑니다. ;ㅁ;/

    2006.05.16 23:39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7 0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밍밍님이 찔리거나 반성하실만한 내용은 아닌것 같은데요 ;ㅁ;

      주변에 저런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젊은 나이일수록 축복일거예요. 자기 자신을 다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솔직히 강조할 필요없습니다. 그건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진리니까요. 저는 그보다는 좋은 스승(혹은 멘토)를 만날 기회가 있느냐 없느냐가 큰 변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건 어느정도 운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여의치 않는다면 찾아나서는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도 생각하구요.

      안타깝지만 저는 그런 사실을 좀 늦게 알았답니다. 그래도 남은 인생에 비하면 심하게 늦지는 않았어요. 지금부터라도 그런 분들과의 좋은 만남을 기대하고, 찾을겁니다. 지밍밍님도 제게 이것저것 생각할거리를 많이 주는 속깊은 분이예요 :) 그러니까 좋지않은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다시 찾아갔지요~

      *
      가긴 어딜가요!

  3. BlogIcon 잡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자에 나온다던가? 하여튼 잘 모르겐는데, 뭐든 꾸준히 정성을 들여서 배우고 익히고 연습하고 반복하고 실패하고 고치고 기타등등 이하동문...하면 결국은 도가 튼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백정도 그렇게 도가 트면 소가 죽는지도 모르고 웃으면서 죽는다...냠...는 말을 옛날옛날에 들었었습니다.
    전 엄청 감동받아서 아적도 기억하고 있지요^^;;; 뭘 하든 그 정도로 되면 진정 기술(art)이라 불릴만한 것이겠지요.ㅠㅠ;;;

    2006.05.17 17:28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9 0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잡넘님-

      말씀하신 고전의 내용대로 그렇게 한다면 道가 트이지말라고 고사를 지내도 트일수밖에 없겠네요. 그저 하루하루를 담담히, 꾸준히 해나가려고 합니다. 많이도 바라지 않아요. 단지 어제보다는 조금 나은 오늘- 그 단순하고 확고한 진리만 마음에 새기고 말이지요.

      기술(art)이란 말이 오늘처럼 근사하게 보인 날이 없어요 =)

  4. BlogIcon 도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제가 일을 할 때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보면 어떤지조차도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상당히 불량스러운 일꾼이네요. :(
    저도 반성하고 돌아갑니다. ;ㅁ;/

    2006.05.18 04:02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9 0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도리님..

      커뮤니케이션은 어느 한쪽만의 노력이 일방적으로 통하는 것만은 아닐거예요. 물론 아예 관심이나 노력도 없는것보다야 낫겠지만, 상대도 어느정도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쉬워보이면서 또 어려운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예요. 그렇죠?

g모양이 꼭 보았으면 하는 사진

g모양이 꼭 보았으면 하는 사진 about my blog 2006. 5. 16. 21:16
촬영자에게 굴욕을 안기는 미어캣

자체심의를 거쳤습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어요



네, 바로 그 동물입니다. 아주 '지대로' 늘어졌군요, 망볼것이 없으니 저모양인가 봅니다.

앞으로는 미어캣 놀이하지 마세요, g모양


이 사진을 찍은 심군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렇게 거만한 포즈를 취하는 동물은 처음이라고, '찍사의 굴욕'이라고 하시더군요 :)
이 사진의 저작권은 심군(http://www.cyworld.com/betatank) 님께 있습니다. 저작권자에게 허가를 얻고 사용한 사진이니 무단복사, 전제는 하지말아주세요, 혹시나...'퍼가는'것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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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gmingm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쿨럭. ... ... 쿨럭쿨럭.. ...
    (계속 이 녀석 사진만 보며, 멍해하고 있잖아요.! ;ㅁ; 그래도 내심 드는 생각은, 녀석 참 편하겠다. 라는 것.) 귀엽네요..(정말...흠흠; )
    그러고보니, 저 다시 자리바꿨어요. 짝꿍도 바뀌고 지금 자리는 등을 적에게 보이는 자리라, 좀 치명적이지만.. 오히려 저는 굴 입구에 머리만 박은 너구리처럼, 할 건 한답니다. (그래봐야 블로그 보는 거지만요.) 해서 미어캣 놀이는 못하게 된지 오래라구요! 칫 ㅠㅠ

    (글고 지금껏 본 리더기의 글 중 제일 충격적이였습니다.. )
    '다쯜님 바보!'라고 외치고 도망갈랍니다. 후다닥..

    2006.05.16 20:55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7 03: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아서 들여다보는거였죠? :) 저거 보자마자 지밍밍님 보여줘야지~ 하고 주인한테 허락받았죠.

      자리를 또 바꿨어요? 지밍밍님네는 일반적인 회사보다 자리를 자주 바꾸는편이네요.. 제가 다녔던곳들은 대부분 책상밑 먼지가 굳도록 잘 안바꾸는데 :) 이번에 자리잡은 등뒤의 적은 누구일까 무척 궁금합니다! 그리고 미어캣 놀이를 손 떼고 너구리로 돌아왔으니 생각난김에 이글루에 있는 너구리 그림 데리고 와야겠어요 :)

      *
      음~ 혹시 모자이크가 충격이었나요? (원본이 궁금해서?) 그러니까 왜 바본지는 알자구요 ㅜ.ㅜ

기묘한 울렁임은 왜?

기묘한 울렁임은 왜? 일상단상 2006. 5. 16. 21:06

접신(接神)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 무의식중에 저런 인사를 날려놓고서, 쓰러졌다가 일어나보니 무려 12시간을 잤더군요. 거의 타임슬립을 한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출발 전날까지 합쳐서 3일간의 강행군을 했다보니 여파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녁까지 딩굴딩굴 푹 쉬고, 한 잠 푹 자고 난 어제 아침에야 컨디션이 돌아오더군요. 지금은 아주 좋습니다.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인사를 드리네요 :)

출발하면서 적어놓은 글을 보고 그 때 느꼈던 이상한 감정들에 대해 곰곰 되짚어봤습니다. 사실은 제가 얼마 뒤에 회사를 옮깁니다. 더 나은 조건으로 간다던가 하는 외형적 메리트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연봉이라던가 근무환경등의 조건은 사앙-당히 낮아졌죠(얼마를 상상하든, 그 이하일겁니다 :) 게다가 업무량은 또 장난아닙니다. 주변의 인식 또한 그다지 좋은 편도 아닙니다. 일단 친구들 반응도 걱정스럽다는 것이 태반이고, 다시 생각해보라는 주변 분도 계시구요. 이렇게 말하니 슬며시 궁금하실텐데, 이번 주말에 공식적인 마지막 면접을 해봐야 최종결정이 나는 것이니 조금 뒤에 말씀을 드릴께요. 뭐 미끄러져도 말씀은 드릴께요 :)

즉, 이번 출장이라는 것이 그 비공식적인 면접을 겸한 것이었습니다. 말로는 곧 함께 일할 것이니 분위기도 익힐겸 같이 가자는 것이었지만 제가 느낀 것은 '어디 한 번 볼까..' 라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그 부분에 대한 불안과 긴장, 또 잘 할 수 있다는 설레임이 뒤섞인 것이었구요 (현장에서는 처음엔 다소 긴장했지만 그런대로 잘 치러냈습니다).

까닭을 알 수없는 울렁임의 그 다음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직문제가 구체적으로 오가면서 저 스스로 이직에 대한 위험부담과 제 역량, 그리고 해당분야의 장래성등을 살펴보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는데, 당장은 떠안아야할 위험부담 (업무량이라든가 낮아진 보수, 늦은 나이에 생소한 분야로의 전직등) 이 크지만 업무에 익숙해지고 시간을 좀 투자해 역량을 갖춘다면 지금 현재 제가 있는 분야에서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많이 보였습니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화구보다는 화가의 역할을 할 기회가 보인다는 것이죠.

물론 지금 이 순간도 제가 잘 하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떠나질 않습니다. 그렇지만 외형적인 조건에 따라 타산적으로 이동하는 것보다는 마음이 끌고가는 대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그 불안감속에 앞으로 제가 해야할 일들과 만들어 내고 싶은 결과물들이 함께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기묘한 울렁임의 구체적 원인은 바로 그런 까닭이었습니다.

이제 남은건 그 안에서 부딪힐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 뿐입니다 (참 면접도 남았군요 :) 분명히 지금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박살나는 순간이 올겁니다. 후회와 좌절도 할테고 회의도 하겠지요. 푸념도 할테구요. 하지만 많이 모자라는 자신을 위해, 제게 요구되는 것보다 몇배의 시간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고, 마음도 준비되어있으니 남은건 담담히 점을 찍어나가는 것뿐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콕콕 작은 점을 찍는 것 뿐이지만 그 점을 이어서 선을 만들고, 그 선으로 제 공간을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가능하면 커다란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데 면접 떨어지면 이게 무슨 망신이랍니까 :)

*덧붙여서
혹시 여자친구 생겼냐고 물어봐주신 분이 계시는데, 안타깝게도 아닙니다. 읽어보니 묘하게 그런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는군요, 마음이 조금 아프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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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남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려12시간'이라는 표현에 기죽음, 전 가끔 생명유지활동을 제하고 24시간 취침도 합니다. ㅠㅠ.

    '화구'보다는 '화가'가 되신다고 했으니, 전 면접합격에 기투합니다. 한자리를 깊게 파고들기 위해서라도 자리옮김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요. 이런 저런 '겪음'에 의미를 두시는 분이니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씩씩하실거죠?

    2006.05.16 22:51 신고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7 0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별님-

      상당한 미인이시라 추측됩니다 =) 평상시 수면시간이 그리 많은편이 아닌데 가끔 몰아서 왕창 자고는 합니다. 그러니 평균치로는 적게 자는건 아니겠네요. 그래서 무려..라는 표현이 나왔어요.

      합격해야죠. 이미 마음 다 잡아놨는데 미끄러지면 안되죠. 물론 어느정도 어필은 해놨으니 심히 불안한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남은 사람이 이사라서,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특성상, 공식적인 자리에서 엉뚱한 소리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변수를 고려하는것이죠=)

      말씀하신대로, 지금까지는 '겪고, 배우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만들어나갈 단계'라고 생각하기에 신중히 생각한 결과입니다. 그 책임을 져야하기에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지금 예상으로는 5년내에 업계에 제 위치를 포스팅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말그대로 혼신을 다해야겠지요.

      네, 씩씩해야죠 =)

  2. BlogIcon 잡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보아하니...목적지를 직장단위로 잡으신것 같지는 않고 인생단위로 잡으신듯 하니 (인생보다 멀까 가까울까?^^), 어떤결과가 나오던 상관없으리라 믿습니다. 중요한건 직장단위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 (아주 위험한^^) 잣대를 갖고 계신다는 것 아닐까요?
    그 잣대를 잘 간수하시면서 지치지않는 건투를 빕니다.^^

    ps 참 저도 지난주말동안 부산에 다녀왔답니다^^*

    2006.05.17 17:35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9 0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잡넘님,

      아주 위험한 잣대죠 =) 말씀대로 그 잣대를 고수하는 것이 나중에 어느정도의 결과를 만들수 있는가를 좌우할겁니다. 생각은 할만큼 했으니 이제는 눈돌리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금방 구체적인 결과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나아지는 스스로에 대한 글을 올릴 수 있을겁니다. 격려에 감사드려요 잡넘님 =)

      부산에서 동창분들과 찍으신 사진과 함께 올리신 글은 이미 봤습니다. 편안한 포즈와 잔뜩 밀착해서 찍은 그 사진은 흡사 '수학여행'의 리메이크 같아서 심히 부러웠답니다 =)

잘 다녀왔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일상단상 2006. 5. 14. 08:06

별 일은 없었고 다만 운전 한참 했었던 점은 힘들었치만...

지금 너무너무 피곤합니다. 잠을 잘 못자서예요. 그
서 일단은 자려고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닌데도 거의 무의식 수준일 앴니다.

어쨌든 이따가 일어나서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주말들 잘 보내시고 간강 조심하세요, 감기 걸립니ㅏ.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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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gmingm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쯜님 무의식 맞는거같애요; 오타가..오타가 :)
    좋은 꿈 꾸시고 몰아자는 잠이라도 충분하길~ 바래요! 'ㅁ'/

    2006.05.14 09:32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5 00: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밍밍님!! 이틀 지났는데 굉장히 오랫만에 보는듯.
      반가워요~~

      그런데 올려놓은 저 글 뭔지 잠깐 생각했습니다. 어, 내가 저런 글을 썼나? 생각해보니 썼군요. 이노리 이웃인 피닉스님에게 돌아와서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것이 있던터라 그나마 정신이 조금 남아있을 때 쓰고..(그건 다행히 제대로 썼더군요) 왔다는 인사는 하고 자야지~ 했는데 첫줄 쓰고나니까 정신이 혼미해졌어요.

      뭐랍니까 도데체, 저 오타 봐요. 완전 바보 바보 :) 태그도 없고, 카테고리도 없고..카테고리만 바꿨습니다. 오타도..왠지 재미있어서 남겨둘랍니다.

      잠은 푹잤어요 :)

  2. BlogIcon 남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대 지우지 마세요!! 하하 넘 재미나요.
    이런 포스팅도 있었다!!에 꼭 올려야합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니,
    잠의 힘이 팍팍 느껴집니다.

    2006.05.15 08:43 신고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5 2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별님..

      네, 재미있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재미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안스럽군요 =) 예전에 학교다닐 때 졸면서 노트필기를 하면 평상시 생각지 못하던 놀라운 대사를 써놓곤 하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졸음이 쏟아지면 '오늘은 무슨 희안한 소릴 써놓을까' 은근히 기대하곤 했는데 그 생각이 나는군요.

      잠의 힘은, 위대하고 또 두렵습니다, 네 =)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겠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겠습니다. 일상단상 2006. 5. 12. 03:17

지금 시간 새벽 3시가 다 되어갑니다. 늦게 들어와서 지금까지 잠을 못이루고 있어요. 곧 6시가 되면 일어나서 부산으로 출장을 떠나야함에 불구하고 지금껏 글을 쓰다가 지우고 지우고 반복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였어요. 제 마음이 크고, 유려한 진폭으로 (갑자기 잠수함의 Sonar 발사음이 생각났습니다) 갈 곳을 못찾고 온 머리를 휘젓습니다. 마음이 아팠다가도 기쁘고, 브레멘 음악대처럼 즐거웠다가 잘못 쪼개진 쌍쌍바를 보는 것처럼 서글퍼집니다. 그런데 그다지 기분이 불쾌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뭔가 두근
두근하는 마음?  무슨 일인가가 제 주변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아니 흥분이 더 가깝겠어요.

이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만약 나중에 알아볼 수도 없고 기억할 수도 없으면 안타까울것 같아서 남겨보려고 했습니다만 글쓰는 능력이 모자라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막상 그 기분에 대해 써보려고 하면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되버리고 맙니다.. 오늘 밥도 많이 먹었는데 왜 이러는걸까요?

아무래도 그냥 놔둔채로 우선은 내일 부산까지 가는 길에 졸음운전하지 않도록 잠깐이나마 눈을 붙여야겠습니다. 얼마전에도 출장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어이없는 사고로 호되게 혼난터라 살짝 걱정됩니다. 이해 안되는 글머리로 시작해서 성의부족한 결론을 내버린 글을 내버려두고 떠나는 저를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하지만 이렇게나마 기분이라도 써놓지 않으면 왜인지 얼마 시간이 흐르지 않아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눈이 막 감겨오는군요. 얼른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제 날 밝으면 부산으로 출발해, 모레 일을 마무리 짓고 밤운전을 해서 돌아올것 같습니다. 일정은 거의 확실하지만 일요일 아침에 출발할 가능성도 있긴 해요. 그래서 일요일 새벽이나, 밤중에 제 블로그를 열어보게 될겁니다. 그래서 짧게라도 정리된 글 좀 올려두고 가려 했더니 안되겠어요.

졸음이 눈꺼풀을 잡아당깁니다. 이제 정말 자야하겠습니다. 이 기묘한 기분으로 잠이 쉬 들까 모르겠습니다. 무척 기묘한 이야기의 조연쯤 된 기분이예요 =)  며칠뒤에  제가 이 글을 다시 보면, 썼을 때의 심정을 떠올려 볼 수 있을까요?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잠시 눈을 붙이겠습니다. 몇 분 안되시지만 자주 들러주시는 소중한 이웃님, 그리고 고마운 마실손님들... 일요일에 뵐께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안전운전 빌어주세요 =)

Posted by 여름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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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잡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구...졸음운전하지마시고 졸려우면 무조건 휴게소로 드가서 주무셈...ㅡㅡ;;;
    참 저도 주말에 부산가는데...일하러가는게 아니라 놀러가는거라서 미안하네요 ^^

    2006.05.12 09:07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4 23: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잡넘님//

      잘 다녀왔습니다, 걱정해주신덕분일거예요. 감사합니다. 생각외로 그다지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운전할 수 있어서 신기했어요.

      주말에 부산 계셨다면 마음만 먹었다면 뵐 수도 있었겠군요 =) 그렇잖아도 부산가는길에 중부고속도로를 탔는데요, 용인까지 무지하게 막히더군요. 아 이사람들- 너무 부럽잖아! 하면서 씩씩댔죠 하하.

  2. BlogIcon gmingm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근두근 설레이는 마음일까요? 뭔가 새로운 기분이셨나보아요! :) (왠지 제가 조금 신이날려고 합니다;) 정말 밥도 많이 드셨는데(!!?) 왜 그럴까요 ㅎ
    *
    졸음이 대롱대롱 잡아 이끄는데로 잘 주무셨는지요. 짧은 잠이었을지라도 푹 주무셔서_ 가는 길 별일 없이 잘 가셨었으면 좋겠어요. 잘 도착하셨죠? :)
    돌아오실 때도 졸음요정은 잠시 주머니에 감금(?)해두고 조심히 올라오셔요! 'ㅁ'/

    2006.05.13 00:54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4 23: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요?(씨익) 저 글을 쓴날도 다소 비몽사몽간에 쓴 것이라 그런지, 신난다는 의미에서의 두근거림보다는 막연한 두려움 비슷한 분위기가 더 강했는데 지금 읽어보니 신나서 쓴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어떤 의미로든 인생에 변화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가보면 알겠죠.
      *
      3시간쯤 자고서 그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갔다가 부산갔다가 내리 운전을 했는데 다행히 별다른 피곤함은 느끼지 않고 잘 다녀왔어요. 졸음요정이 바빴나봅니다. 아니면 지밍밍님때문에 신변위협을 느낀걸지도 모르죠 :)

  3. BlogIcon 딜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과 답글이 묘하게 닮았다는 느낌이 좋습니다.
    좋은 사람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있다는 말을 느껴보는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이예요!
    졸음이 오면 휴게소에서 잠시 차 세우고 눈좀 붙이세요. 아니면 가벼운 맨손체조라도요.
    혹 여력이 되시면 요새 유행하는 꼭지점댄스라도. 빙긋.

    2006.05.13 08:48 신고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4 23: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딜란님//

      말씀대로 연속된 답글만 주욱 읽어보니 (며칠 확인을 못하니 맛있는 것을 참았다가 한꺼번에 먹는 즐거움같군요=) 딜란님 말씀대로 묘하게 분위기가 유사하군요. 딜란님을 포함해서 지금 여기에 들러주시는 분들은 제가 영향을 오히려 받은 분들입니다. 말하자면 제가 '그런 성향의 분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역할은 했겠네요. 어느쪽에서 출발한 것이든 꽃주위에 나비라는 말씀은 맞는 말씀입니다 =)

      안전운전 빌어달라는 말씀을 드렸더니 효과가 상당합니다. 수면시간이 출발전부터 내내 부족했는데 말똥한 정신으로 잘 다녀왔거든요. 정말 감사합니다. 엄살도 부릴만한걸요? 하하. 여력은 있었지만 꼭지점댄스는 시도해보지 못했습니다, 미리 알았다면 소품으로 음악을 준비해볼걸 그랬어요 =)

  4. 남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느낌은 머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출렁거림으로 출발하지요.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듯한 예감이 드네요.

    날씨 좋은데 부산에서도 바닷바람 속에서 생각 한줄기 건져오시길 바래요.

    2006.05.13 13:29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4 2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별님//

      잠깐 생각해보니 몸에서부터의 반응도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 느낌이 떠올랐어요. 주변의 환경변화인데 조만간 말할 기회가 있겠죠. 좋은일인지 아닌지는 조금 지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살아오면서 감정의 변화에 당황해본적이 별로 없어서 다소 특별했긴 했답니다. =)

      내려간 당일은 흐렸지만 다행히 토요일은 맑았습니다. 부산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왠지 그립고, 반갑고 그랬습니다. 바닷바람은 여전하더군요 =)

  5. BlogIcon 달냥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졸음운전은 절대, 저얼대 안되지요. 저도 예전에 밤새고 비몽사몽으로 운전하다가 정신차려보니 시멘트 중앙분리대가 눈 바로 앞을 스쳐갔던! 아주 아찔한 적이 있었지요. 그 뒤로는 졸음운전만큼은 피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아직도 부산에 계시겠군요. 바닷바람 쐬시니 좋으시겠어요. 전 마지막으로 바다 구경한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군요. 참, 갈매기들은 다들 잘 있는지 궁금하군요. 핫하- :)

    아-, 힘든 일주일을 보냈더니 눈에 모래가 들어간 듯 깔깔하네요. 저도 졸음운전하지 않도록 자야겠어요. 여름저녁님도 조심해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2006.05.13 14:12 신고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5 0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달냥님//

      예전에 영동고속도로에 중앙분리대가 다 설치되지 않았던건지 중앙선을 졸면서 넘었던 기억이 납니다. 강릉에 도착해서 어떻게 왔는지 경로가 기억이 나질 않아 당황했었구요. 생각해보면 그 날 살아남은것이 천운이죠. 그 뒤로는 고속도로 운전할 때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무조건 쉰답니다.

      달냥님이 염려해주셔서 안전하게 잘 다녀왔구요, 오늘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기절한것처럼 잤는데 지금도 약간은 피로한 느낌이 남아있어요. 내일 아침이면 회복되겠죠.

      바닷바람은 부산 시내에도 불어왔겠지만, 불행히도 일정상 바닷가는 들리지 못했습니다. 갈매기들도 못봤구요, 하지만 잘 있을겁니다. 부산갈매기라는 노래가 전해지는 한은요 =)

서장대 방화사건 - 그 후의 복원현장

서장대 방화사건 - 그 후의 복원현장 일상단상 2006. 5. 10. 00:28

얼마전 서장대 방화사건에 대한 글을 쓰면서 현장에 가보고 싶었지만 기분이 별로라서 못갔다고 했습니다. 대신 주말에 들르려고 했는데 토-일요일에 걸쳐 친구와 일이 좀 있었거든요. (네 사실은 술이 목적이었습니다, g모양 :) 일요일 저녁나절에 보니 이미 서장대에 복원공사를 위해서 비계를 설치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기전에 어제 일찌감치 퇴근해서 서둘러 올라가서 사진 몇장 찍어왔습니다. 제대로 된 디카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가지고 있지 않은터라 구닥다리 전화기에 달린 30만화소짜리 CMOS 카메라로 찍어서 화질이 영 아닙니다. 죄송하지만 적당히 감안하시며 봐주세요 :)






꽃길

저희 집에서 서장대가 있는 팔달산으로 올라가는 언덕 초입 꽃길입니다. 화성 주변 미관정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좋았던 점중에 하나가, 이렇게 여기저기 보기 좋게 꽃을 심어서 관리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풀 많은 동네인데 봄에는 꽃까지 피니 꽤 괜찮습니다. 대신 봄에는 사진 찍는다고 늦게까지 와글거려서 좀 시끄럽긴 하죠 =)


서장대 공사현장 주변에 두른 POLICE 라인

올라가는 도중에 성곽사진이나 시가지도 좀 찍으려 했는데 아뿔싸, 배터리가 한 칸 남았더군요. 그래서 바로 정상에서 서장대부터 찍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저렇게 공사현장 출입을 금지하는 파티션을 둘러놨더군요. 노란 POLICE 라인도 보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저 안으로 들어가서 유심히 쳐다보고 가곤 하더군요. 물론 저도 :)



방수천과 비계를 설치한 서장대

서장대를 담아봤습니다만, 노출 확 오버된 사진입니다. 원체 서장대가 있는 팔달산 정상은 자리가 그다지 넓은 편이 아닌데 공사용 비계 주변에 파티션까지 있으니 사진 찍을 만한 자리가 좀처럼 없더군요. 그리고 올라간 시간대가 막 해가 지려고 하던 참이라서 사진을 찍을만한 자리에서는 계속 노출이 오버됐습니다. ( 네, 무조건 카메라 탓입니다! ) 사진으로는 잘 구분이 되지 않겠지만 파랗게 방수천을 씌운 2층 지붕부터 1층 기와까지는 새까맣게 탔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서까래나 기둥의 둘레가 상당한데 아무래도 싹 갈아야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다른 면에서 본 모습

파란 방수천을 둘러놓고 그 상단에도 지붕을 씌워놓았습니다. 문화재보수를 할 때에는 대개 높이가 정해져있는 덕분에, 보수기간동안 우천을 피하기 위해 꼭 지붕을 씌우더군요. 보시면 2층의 불탄 기와가 1층 지붕에 떨어져 있는것을 어느정도는 구분하실 수 있을겁니다. 하단에는 초록색 그물망을 쳐놨기 때문에 색깔이 이상하게 나왔네요. 여담입니다만 제 할아버님께서 정정하실 때에는 전국 각지의 문화재를 보수하는 일을 하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이런 광경을 할아버님 계신 현장에 놀러가서  종종 봤었지요. .



화성장대 편액이 걸려있던 자리

수원 구도심쪽을 향한 방향에서 찍은 모습입니다. 원래 이 방향에서 보면 2층 지붕(파란 방수천이 끝나는 지점)에 '華城將臺(화성장대)' 라는 편액이 보입니다만 불에 탄 모양입니다. 실물을 볼 때에는 잘 몰랐는데 지금 사진으로 다시 보고 있으니 무척 흉하군요.



파티션 안쪽의 모습

POLICE 라인을 넘어 파티션 안까지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출입구를 잠궈놓았더군요. 그래서 파티션 위로 손을 넘겨서 찍은 안쪽의 모습입니다. 모래주머니와 비계 도막, 그리고 불에 타서 떨어진 부스러기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네요. 아직 본격적인 공사를 위한 자재는 도착하지 않았나봅니다.



파티션 안쪽 다른 모습

이번엔 파티션 이음새의 안쪽으로 손을 넣어서 찍은 모습입니다. 역시 정신없지요?  이 사진을 찍을 때 옆에서 구경하시던 할아버지가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시길래 다른 사람 보여주려고 그런다고 대답했다가, 뭐하러 이런건 보여주냐고 혼났습니다. 죄송해요 할아버지..



안쪽을 돌아다니던 떠돌이 개

배터리가 다 되어간다고 삑삑거릴 무렵 멀리서 한장만 찍고 내려가려고 파티션을 돌다가 그 안에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니는 개 한마리를 봤습니다. 쮸쮸쮸 불렀더니 달려오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뭐가 개인지 못알아보실것 같네요. 사진 정중앙에 있는 하얀 물체가 그 개입니다. ( 네, 카메라 탓입니다 카메라 탓! )



서암문 앞에서 서장대를 찍은 모습

비계를 설치한 모습을 전체적으로 담을만한 공간이 근처에 없어서 반대편으로 조금 내려와서 찍은 모습입니다. 이 즈음에는 이미 해가 거의 넘어간 상태라서 상당히 어둡네요. 이 사진을 찍은 곳은 서장대 바로 옆의 西暗門(서암문)이라고 하는 일종의 비밀문 입구입니다. 지금은 이 문을 통해서 산을 오가는 분들을 위한 산책로를 만들어 놓기도 했지요. 앞에 찍힌 젊은 처자 2분은 검은 격투기 도복을 입고 뛰어가던 분입니다. 여성임에도 위압감이 상당하더군요. 순찰이라도 온 자경대인걸까요? 이 사진을 끝으로 배터리가 다 되어 산을 내려와야 했습니다.




우리집

내려오는 길에 전화기를 켜보니 잠깐 들어오길래 저희 집을 한 장 찍어봤습니다. 서있는 곳은 맨 처음 사진의 꽃길이구요. 저 집터에서 제가 나고 자랐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죽 계셨고 중간에 저는 잠시 분가도 하고 외지생활도 하고 했지만 지금은 다시 돌아와서 살고 있지요. 겉보기에는 2층집이고 그럴듯한 외관입니다만 평수가 작아 어쩔수 없이 복층구조를 취한거죠. 지은지 25년이 넘은 집이라서 가까이서 보면 겉도 그렇고 내부는 상당히 낡았습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무지 추워요. 얼마전 개별주택가격 결정통지문이 왔는데 토지가격을 합친 집값이 형편없더군요 ㅠ.ㅠ

하지만 아버님께서 생전에 젊은 연세에 노력한 결과로 지으신 집이라 저는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정도 많이 들었구요. 2층 오른켠에 보이는 창문이 제가 서식하는 방입니다, 잘 구별이 안되지만 창문에 제가 겨울에 추워서 비닐로 막아놨습니다  :) 지밍밍님 보신다면.. 저 담에 있는 화단이 제가 전에 말씀드린 그 아줌마들이 눈독들이는 파뿌리를 심은곳이랍니다. 지금은 상추로 바꿨어요. 여지없이 또 캐가셨습니다 :(  서장대 이야기를 하다가 옆으로 샜네요 이런, 죄송합니다.


다시 서장대 이야기로 돌아가서..생각보다 복원공사는 상당히 빨리 진행될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방화범에 대한 판결은 어찌되었는가 궁금해서 혹시 보도된 바가 있는지 확인해봤지만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이런 흥미있는 의견을 쓰신 분이 있더군요. 어떤 의미로는 상당히 그럴듯 합니다.

의도한 방화조직이 존재할 수도 있다?

방화범 처벌에 대한 보도자료가 없으니, 수원시청에 혹시 관련한 공지나 글이 있을까 들러봤는데 수원시청 홈페이지를 띄우니 이런 사과문이 뜨더군요.

앞으로 잘하세요 네?


자신들의 관리소흘도 인정하며 조속한 복원을 약속하는 것은 적절한 처사지만, 현 시장인 김용서씨가 얼마전에 서장대 방화현장에서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내심 괘씸합니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그럴듯한 공약도 내세우시지만 적어도 저는 이미 마음이 떴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김용서씨.

그리고 시청 홈페이지에 시민들의 목소리라고 민원이나 건의사항을 적는 게시판이 있는데 서장대나 방화범 처벌에 관련해서는 한 건의 글도 올라오지 않았더군요. 뭔가 살짝 미심쩍은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확인할 바가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지요. 조용히 브라우저를 닫았습니다.

복원은 남아있는 화성성역의궤에 따라 잘 되겠지만 철없는 청년의 실수이든, 혹은 의도된 음모에 희생된 것이든 관리소흘이라는 오명을 수원 시청은 지울수 없을테고 수원시민으로서 저도 적잖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소중한 시정예산을 이런식으로 소모하게 되어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다음에 기회를 봐서 복원후에는 어떤 식으로 관리를 하는지 살펴보고 글을 또 써보겠습니다. 다른 곳도 여건이 허락되는대로 같이 둘러봐야겠죠.

Posted by 여름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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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6.05.10 08:17
  2. BlogIcon gm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선 '서장대 복원'이 무사히 잘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다음에 또 그런일이 없길 바라구요.
    *
    그런데! 술이 목적이시면 아니되옵니다!! 100일되는날 다 확인들어가요! 흥=ㅅ=
    집이 뭔가 멋있게 생겼어요. 아치형의 기둥도 있고! 25년이 넘었다니 오래되었네요 : ) 곳곳에 추억이 잔뜩 묻어있을 듯 하옵니다.
    *
    할아버지께서 복원일을 하셨다니.. 아 왠지 '허니와 클로버'가 떠올라요. 좋은 느낌 :)

    2006.05.10 09:51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0 19: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복원은 별문제없이 끝날듯 보입니다. 자료도 충분히 남아
      있고 무엇보다 수원 화성 자체가 6.25때 상당수 파괴된
      것을 새로 복원한 것이 많아 나름대로 경험도 있을테구요.
      그러고보니,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등재
      원칙중 하나가 건축당시의 재료가 그대로 사용된채로 남아
      있어야 한다..인데, 화성은 복원된 곳이 많아 문제가 됬었
      습니다만 '화성성역의궤'라는 자세한 자료를 토대로 복원
      한 것이므로 인정했다고 하더군요. 사실은 화성성역의궤가
      진정한 문화유산일지도 모르겠어요.

      *
      쪼끔 먹었어요오. 요즘은 거의 먹지도 않았었다구요. 흥쟁이
      아가씨 같으니라구! (확인은 기록불가로 힘들걸요~)

      *
      화질도 나쁘고 사진이 작아 상당히 미화되어 보여 그렇지
      가까이서 보면 상당히 낡았어요. 하지만 제방 창문앞에 있
      는 아치는 저도 좋아해요:) 물론 추억도 많지요. 열쇠없어
      서 담넘어가다가 경찰에 걸리고..대문위에서 놀다가 떨어지
      고..안에 보면 예전에 큰 개 키우던 개장있는데, 개도 많이
      키웠고..(거기서 개랑 잔다고 울고 그랬답니다 :)

      *
      그다지 근사한 모습으로 일하지 못하셨어요. 속칭 말하는
      '노가다 십장'에 가까운 모습이셨죠. 산골짜기에서 허름한
      움막에서 인부들과 생활하시곤 하셨답니다. 그렇지만 서울
      남산성까지도 수리하신 분이라 은근 그 일에 대한 자부심
      이랄까 그런게 있으세요. 허.클 같은 아련한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지 싶습니다, 험한 일이었어요, 음.
      성질급하시고 무뚝뚝한 분이지만 그 덕에 집안 수리나 각
      종 희한한 구조물들을 잘 만드셨죠. 다람쥐 공원(다람쥐 장
      이 아니라 정말 공원처럼!)도 만드시곤 했었어요. 다 도망갔
      지만 :) 아, 근처에 긴 경사로가 있어서 겨울마다 썰매를 탔
      는데 인근에서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제 썰매보다 멋진 썰
      매는 없었답니다. 하하 ( 잘난척 )

  3. BlogIcon 달냥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복원한다고 철근이다, 방수천이다, 뭐가 덕지덕지 많이 달려있는 서장대를 보니 수술실로 끌려가는 강아지마냥 처량해 보입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완벽하게 복원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서장대를 배경으로 한 산 능선이 반갑군요:) 사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원의 한 부분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괜시리 기분이 들뜨게 되네요.

    그리고, 저렇게 예쁜 집에 사신다니 좋으시겠어요. 지밍님 말씀처럼 뭔가 독특한 멋이 있는데요? :)

    2006.05.10 12:52 신고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10 19: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달냥님//
      올라와 보신분이니 저 산능선이 반가우시겠네요. 배터
      리만 넉넉했으면 시가지라도 몇장 찍어서 올렸을텐데
      말이죠.. 그럼 더 익숙한 모습이셨겠죠. 구도심 중심가
      는 여전히 큰 발전없는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gming님 글의 댓글에 쓴 말처럼 복원은 별 문제 없
      겠지만 위에 수원시청 공지에 있는대로 10월까지
      한다면 다소 서두르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달냥님
      말씀을 보고 살짝 드네요. 하지만 평범한 유적은 아니
      니까 나름 신경써서 복원할거라 믿습니다. 아마도
      문화재 관리위원회측에서 중간에 심사도 할거구요.

      아파트에서도 살아봤고 그에 비해 편이성은 형편없이
      떨어지는 낡아빠진 주택이지만 그래도 아파트보다는
      사는 맛이 있기는 해요. 겨울에 춥지만 않다면요 =(
      저는 괜찮은데 연로하신 조부모님들이 늘 걱정입니
      다. 설계당시에는 근처에 복층집이 없어서 화성 성곽
      을 가린다는 이유로 건축불가 판정을 받았었다는데
      별다른 백도 없는 아버지께서 어떻게 그걸 피하셨
      는지 의문입니다 =) 그래도 나름 밋밋하게 짓지 않으
      려고 애쓰셔서 지금봐도 낡긴 했지만 분명히 밉지는
      않아요. =)

  4. BlogIcon 남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124749.html
    1910년대의 서장대 사진이라네요. 여름저녁님 생각이 났어요.

    2006.05.21 08:08 신고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22 06: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별님-

      무척 흥미로운 사진이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__) 화재사건 이전의 복원건물에 비해 다소 납작하다는 인상이 드네요. 상당히 낡은 느낌인것이, 건축당시의 건물인가봅니다. 신기하군요 =)

      일전에 화성에 관해 알아볼 때, 일제시대때 일본이 다른 문화재나 유적등을 파괴하면서 유독 수원화성은 건드리질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 이유인즉슨 '조선 10대 명소' 라고 해서 관광수입을 얻기 위해 관광지로 선정한 유적중에 수원 화성을 넣었기때문이랍니다. 그 당시 화성 주변에 심은 벚꽃들이 지금 남아있는 것들이구요. 그 때 엽서를 그 관광지들을 엽서로 발행했었다는데, 아마도 그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경화가 별건가 - 대추리 사태에 부쳐

우경화가 별건가 - 대추리 사태에 부쳐 일상단상 2006. 5. 8. 06:01

어제 모처럼 친구가 연락을 해 술한잔 하자고 했습니다. 저녁나절에 만나 오랫만에 서로 좀 시시닥거리다가 잠깐 친구의 일을 도와주고 느긋하게 집에서 조용히 마시자고 했건만 생각보다 일이 늦게 끝나 술은 그닥 마시지 못했지만요 (누군가에 대한 변명입니다 g모양~ :)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이번 대추리 사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최근 넷상에서 대추리 사건뿐 아니라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일련의 집단행동에 대해 오가는 담론을 살펴보며 어쩐지 젊은 세대의 우경화 경향을 느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는 제 얘기를 들은 뒤에 그 세대에게서 현재 우경화 경향을 볼 수 있다해도 그건 꽤 변질된 의미로서의 우경이라고 보고있다고 얘기하더군요.


엄밀히 말해 제가 사용한 '우경화'라는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아마도 제 친구는 그런 부분을 지적해주고자 그렇게 말했던게지요. 제 친구에게도 말한 것이지만, 우경화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지금은 적절하리라 생각합니다. 즉 작금의 우리나라는 외견상으로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 정착단계에 와있죠. 그렇기때문에 그 시스템의 포괄적인 의미를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는 세대들은 그 시스템의 혜택을 믿고 있습니다. 법과 정의의 공정함을 신뢰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그들은 시스템에 반하는 집단과 의견에 보내는 눈길이 곱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스템의 안녕을 위해 구성원간에 요구되는 '민주적 의사표현'에 반하고 있기때문입니다. 역동하는 에너지가 추구하는 것이 '발전'이 아닌 '교란'으로서의 의미로 규정되기 시작할 때, 그리고 그것이 소수에 의해 조작되는 미개한 사회가 아니라 시스템에 길들여진 다수에 의한 자발적인 동의(그리고 그보다 더 위험한 무관심 혹은 무지)로 이루어지는 '민주적'인 결과일때 그 사회는 이미 소수의 진실은 외면하고 각 개인의 자잘한 기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정의를 지키기 위한 공성전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우경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멀지않은 미래에 정말 우향우밖에 모르는 사회가 될런지도 모를 일이지요. (일본만 손가락질할 필요없습니다. 높으신 분이 알아서 잘하려니 내팽겨쳐두고, 무관심과 무지를 방치하면 일본짝 나지말라는 법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에 뛰어들어 그들이 선택하거나 배정받은 참호로 들어가  '각개전투'를 치뤄보면 당장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 사회는 그들이 믿었던 것처럼 그다지 공정하지도 않고 약자들이 보호받고 있는 세상도 아니라는 것을요. 그리고 그들은 서서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얼마 되지 않는 '기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게 되겠지요. 물론 그 와중에 저 자신도 서있음을 부정하진 못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지금 제 얼굴에 침뱉기를 하고 있군요)


이번 대추리 사태는 이전에 봐왔던 이익집단과 공권력간에 어느쪽이 정의를 좇고 있는가에 대해 말했던 담론과는 다르게 보아야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우선 분명히 해야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의 안정과 유지를 위해서라면 그 위협요소는 분명 배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위협요소라 규정하고, 제재를 위해 발동되는 '힘'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려해야합니다. 무엇보다 그 힘의 근간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가 합의하고 권한을 위임한 몇몇 소수의 사람으로부터 '수직으로'  내려옵니다. 우리는 그 과정 어디에도 100% 신뢰할 수 있는 정의와 공정함이 존재한다고 믿어서는 안됩니다. 자신의 이익이나 안정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무심해서는 안됩니다. 앞으로 언젠가 자신만이 알고있는 진실이 그 거대한 힘에 묻혀 모든것을 잃게 되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외부에 비치는 일련의 단편만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우리에게 어느날 닥칠 수 있는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것이라 믿는, 보다 더 강한 힘을 갖고 있다고 우리가 믿고있는 언론의 목소리조차도 막아버리거나 그 힘에 기대도록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저도 거대한 힘에 맞서는 소수라고 해서 그들이 무조건 조작에 의해 희생되어가는 약자일뿐이라고 함부로 단언하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또 다른 이익을 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또 다른 힘이 개입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라면 제 경험에 비추어 그럴 확률도 높다고 의심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외에 많은 분이 걱정하는 공권력의 붕괴도 분명 있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제가 걱정되기에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그 자리에 있지 않고 안전하게 '관망'하고 있는 상태에서 접할 수 있는 일부의 사실과 자신이 가진 단편적인 지식에만 의지해 어느 한쪽을 매도하는 입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그것이 만약 진실이 은닉되고 왜곡된, 힘없는 피해자를 매도하고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이는 그 반대입장에 서서 말씀하시는 분들중에 일부 보이는 '묻어가는' 분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실이 어디있든간에 자신의 신념을 믿고 위험한 자리에서 마음을 가다듬는 분들에게 폐끼치지 마시고 조용히 자중하셨으면 합니다.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외치는 모든 것은 우리를 노리는 또 다른 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섣불리 어설프게 덥힌 피는 차가운 바람이 살을 에는 동토에서는 금새 얼어붙어 혈관을 터뜨릴 뿐입니다.

덧붙여서*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극히 피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뭔가 말을 하려면 제대로 알고 말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대추리 사태 자체에 대한  제 생각과 의견은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 조심하며 글을 썼습니다. 혹시라도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된 객관적 사실을 알고있다고 확신하시거나 그런 정보가 있는 곳을 알고 계시는분께서는 부디 제게 알려주세요.
Posted by 여름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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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달냥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추리 이야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가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멀리서 지켜보는 저로서는 어떻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그냥 바라볼 수 밖엔 없을 것 같네요. 마음만 아파옵니다.

    여름저녁님의 글을 읽기 전엔 항상 심호흡을 하게 되네요. 그리고 시간을 들여서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따라가죠. 나름대로 빠른 독해 실력을 자랑하는 저인데도 말입니다. 님의 글이 두서가 없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제 말은, 깊게 파고들어가는 님의 성찰력에 탄복하게 된다는 뜻이지요 :) 전 아직도 멀었나 봅니다.

    2006.05.08 12:38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09 0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달냥님//
      저도 한참을 이리저리 뒤져보았지만 겉핥기로 알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지라 우선 할 수 있는 생각은 저것뿐이었어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은 차분히 추이를 지켜보며 진상을 알 수 있을때까지 이 일을 잊지 않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달냥님 또한 그런 마음이시리라 생각해요.

      누구나 할 수 있고, 하는 생각을 길~게 풀어놓은거죠. 그러니 심호흡이 필요하셨을테구요 하하. 성찰력이라는 말은 너무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저기서 반쯤은 뚝 잘라낼 수 있을만큼 밀도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잘난척도 좀 할 수 있을텐데요 =)

  2. BlogIcon gm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닥'에 잠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흠흠... 째릿!
    *
    저도 달냥님처럼 읽기전에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숨참는것처럼 다쯜님 글 읽는데.. ㅎㅎ
    알수 없는 세상입니다. 이그그.

    (제가 일전에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입다문 이야기를 다쯜님께서 속 시원하게 해주셨어요. 정말이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성난 말벌떼처럼 어느 한쪽을 매도해가는 건 무서운 폭력같아요~~*)

    2006.05.08 14:41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09 05: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눈치도 빨라요...흥.
      반사!

      *
      숨참으면 뇌세포에 해로와요. 음..글이 좀 늘어지죠? 자꾸 쓰다보면 눈에 잘 들어오는 글을 쓸 수 있게되는 날도 오겠죠. 그 때까지 연습 연습!!

      *
      지밍밍님도 저도,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히 하되, 저런 일들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고 꾸준히 지켜볼 수 있는정도로도 충분히 저분들께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만약 제가 억울함을 가슴에 안은채 무관심속에 외로이 승산없는 싸움을 하는쪽이라면(그러니까 결과적으로 그것이 진실이었다면)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많이 줄것같아요.

    • BlogIcon gming 2006.05.09 1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제 오늘로 62일째에요! 흡수! ;
      늘어지긴요. 숨막힌다는 얘긴아니었는데 ;ㅅ; 기합 넣고 집중해서 읽는거에요. 반복은 실력을 키웁니다! 빠샤!
      네네네~* =)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09 2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이고 100만년만에 보는 흡수 ;ㅅ;/

      알았어요 네네네~* :)
      반복되는 연습만이 역시 진리인 것입니다! 쾅쾅!!

  3. BlogIcon 남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참 상황을 보고만 있는 입장으로서 불편한 마음 그지 없습니다. 시스템이 예전 군사권력보다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너무도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만족하고 살라는 말만큼 무서운 말은 없지요. 다만 우리 혈관 속에는 언제고 그대로 있자는 그런 보수적인 성향(우익경향이 아니라 고치기 싫어하는, 움직이기 싫어하는 습성)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추리문제는 연일 매스컴을 달구어도 제 안으로 가까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6.05.08 21:49 신고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09 05: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별님//
      지금 제 피속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경향입니다. 그것이 열성인지 우성인지는 죽을 때까지도 잘 모르겠지요. 다만 얼마전부터는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가슴에 묻는것까지도 아니고 그냥 흘려보내는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은 후배가 있는데요, 솔직히 뭐 나오는 것도 아닌데 적잖이 심각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 부정은 않겠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 후배를 생각하면 누군가는 가져야하는 최소한의 관심을 갖고 있다는점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안으로 들어와있지는 못하죠. 또한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다고도 말 못합니다. 그저 적어도 그들에 대한 관심만큼은 가져줘야 같은 땅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했다는 죄책감은 덜할거라는 비겁한 몸보신 아닌가 하는 자책도 듭니다. 일단 조심해야할 것은 일회성에 지나지 않는 도에 지나친 흥분이나 '트렌드로서의 관심'이겠지요. 냉정하고 차분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4. BlogIcon 도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밍님의 블로그를 통해 들어와 보았습니다. 요새 대추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관찰만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주민분들의 애절한 심경 만큼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떠나버린 것 같아요.
    그건 그렇고 스킨이 참 맘에 드네요. 깔끔하게 정리되어 보이는 느낌이예요.

    2006.05.09 17:01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09 2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도리님//
      안녕하세요 도리님. 클래식 오피셜 버전 jericho box 를 컨버팅하셨었죠? 심플한것을 좋아하는지라 써보고 싶었지만 시작을 1.0에서 해서 구경만 했었습니다. 만나서 반가와요 =)

      글을 쓰면서 내내 생각했던 것은 서로 외치고 있는 대치되는 주장에서 어느쪽이 진실인것인가였고, 그 다음은 이러한 담론이 제가 믿고 있는 진실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것일까..라는 것이었습니다. 반전에 대한 복선이 저희를 자주 놀라게 하다보니 의심만 늘어가요.

      그리고 한편 다소 의기소침하게 하는 것은 도리님 말씀대로 이미 돌이킬수 없는 곳까지 왔다는 것일거예요. 누가 정의이든, 또 누가 마지막에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든, 상처받은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도리님의 말씀을 저는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스킨에 대해서는, 처음 쓰던 날 눈이 아파서 hemingway white 에서 black 으로 바꿨는데 적응이 되니까 차분하니 맘에 들어요. 만드신 분이 공을 꽤 들이셨다는 생각을 쓸수록 하게됩니다.

      또 놀러오세요 도리님 =)

감수성

감수성 짧은 이야기 2006. 5. 8. 00:57
이따금 떠난 옛사람이 생각난다. 분명 내 인생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나의 곁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 괴로와하던 그런 때는
이미 지났다. 이제와서 세세한것을 끄집어 내기에 마음속에 이미 엄청나게
많은 질문과 대답이 있었고 그런 시간은 이미 홀로 충분히 보냈으므로
돌아볼 필요도, 되담을 필요도 없다.

때로는 어디선가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곤 했지만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들이기에 행복했으며 아름다왔다고..그래서
이젠 돌아오지 않을 것들이라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 뿐이고,
마음이 아픈건 그것들이 이젠 내게서 떠나간 것이며 되찾을 수 없는것
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에 있던 빛나고 영민했던 감수성이다.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랑은
더 이상 찾지 않을테니 다만 그 때만큼의 감수성이라도 되돌아 왔으면.
나의 감정과 인간으로서의 필요한 면을 부지런히 되돌아보게 했던
그런 제대로 된 인간으로서의 감수성.

그 당시엔 계절별로 하늘 빛깔이 어땠는지, 내가 올려다 보는 하늘이
내 마음에 떠오르는 빛깔 그대로였지만 지금은 보고 있는 하늘 빛이 그냥
하늘색이구나 할 뿐. 아니 하늘을 제대로 보는 횟수조차 그 때보다 훨씬 덜하다.

내가 마음 아픈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옛사랑과 이미 너무나 많이 갈려버린, 걷고 있는 서로 다른 길이 아닌..



덧붙여서*
이글루 블로그에 있던 글입니다. 2004년 11월 22일에 쓴 글이군요. 쌍춘년을 맞아 결혼을 미루던 친구들이 결혼을 하기도 하고 처절히 커플을 저주하며 동고동락하던 동지들도 뒷통수를 치곤하는 요즘입니다 :) 하지만 나름대로 싱글로서의 삶도 나쁘지 않습니다. 감수해야할 것들은 적절히 넘기면 빈자리가 공백이라기보다는 여유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보다는 그 시기에 가질수 있었던 (또 공유할 수 있었던) 다채로운 감정들이 이따금 그리울뿐, 이미 추억이라 이름 붙일 수 있던것들이기에 돌이켜보아도 아름답습니다. 남은 생에 또 어디선가 마주칠 만남을 위해 저는 그 시기가 저를 성장시켰다고 믿습니다. 진실로 아름다왔던 날들입니다. 감사하고, 소중히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진은 제가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오래전에 저장해놨던것인데 요즘은 저작권문제로 저런 출처분명사진을 쓰기 겁나네요. 혹시 저 사진의 출처를 아시는 분은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적절한 사진 생기면 바꿔야겠어요.
Posted by 여름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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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달냥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내공을 쌓으려면 얼마나 있어야 하나요? 저도 그렇게 담담하게 추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 경지가 눈 앞인 듯도 하면서, 또다시 한발짝 뒤로 물러나버리는 듯한.. 이렇게 제자리 걸음만 몇번째인지 모르겠어요.

    2006.05.08 12:41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09 0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달냥님//
      신기하게도 이 부분만큼은 세월이 흘러가면 내공이 저절로 쌓여가더군요 =) 제자리 걸음이라..하지만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있어버린다면, 아마도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지금보다도 상당히 많이 줄어있었을지도 몰라요. 달냥님을 흥분시키는 노트북 그 폴더속 파일같은 것들 말이지요 =)

      빼앗아가면 또 주는 것들이 있나봅니다. 그렇죠?

  2. BlogIcon gm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때 저는 참 예민했었어요. 그만큼 자주 다른 세계를 유영했었고,(좋거나 싫어서가 아닌 다른 이유로)
    그런데 지금은 연애감각이 다~ 빠져나가버려서, 혹은 숨어버려서, '숭늉'이 되어 버렸어요. 여유로운 숭늉입니다.(풉..)
    싱글도 좋죠~ 가끔 '나무'가 필요하지만~ ㅎㅁㅎ/
    *
    아. 그리고 다쯜님 글 읽고 '감우성이 좋은 이유'가 떠올라 버렸어요~*

    2006.05.08 14:48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09 0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밍밍님이 예민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종종 느낍니다만 아마도 제가 말하는 예민과 지밍밍님이 말하는 그 당시의 '예민'은 꽤 먼거리의 개념일거라는 생각이예요. 저는 사진에서 지밍밍님의 예민함을 느낀답니다. 그리고 잘 알수는 없지만 가끔 가다가 살짝 올라오는 독백에서.
      예민=히스테릭, No No. 아시죠?

      *
      지금 제 숭늉은 밥알이 다 퍼졌어요 :) 그런데 싱글에 가끔 필요한 그 나무는 뭘까요?

      *
      그 이유에 대해 나중에 필히 말씀해주세요!

  3. BlogIcon 남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게 그런 순간은 밤의 하늘, 불어오는 바람, 흔들리는 나무들, 거리의 냄새들 뭐 그런 것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더듬이를 세운 예민한 감각 덕에 한껏 부풀어나기도 했지만, 그만큼 허물어내려야 했기에, 그 때를 기억하면 아프기도 두렵기도 합니다. 또다른 만남 속에서 그 때만큼의 강도가 아니라해도 감각들이 되살아난다면 소중하게 느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2006.05.08 22:00 신고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09 0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별님//
      말씀하신 단어중에 '밤의 하늘, 흔들리는 나무들'을 보고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잊고 있던 광경이 냄새까지 떠오를만큼 선예하게 눈앞에 떠올랐거든요. 이거 고마와해야하는거 맞나요, 하하.

      아마도 언젠가는 다시 찾아올 그 감각들을 만날날이 있겠지요. 조금은 다른 모습일지는 몰라도 바뀐 것들이 지난 날의 그것보다 못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또 소중한 것이겠지요 =)

하늘색이 좋아요

하늘색이 좋아요 일상단상 2006. 5. 6. 04:12
최근 갑자기 좋아하게 된 색은 하늘색입니다. 그다지 관심있는 색도 아니었고
오히려 꺼리는 색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문득- 하늘색이 좋아졌습니다. 그래
서 근 반년이 넘게 하늘색이 들어간 윈도우즈 테마를 사용하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날 자주 놀러가는 마실터인 gming님네 블로그의 상단 이미지가 바뀌었는
데 그 사진의 푸른 색감에 반해서 바탕화면에 쓴다고 달라고 졸랐습니다. 다행
히 원본이 큼지막해서 바탕화면으로 쓰기 적당하더군요.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서 다소 산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금은 화려한 색감
임에도 불구하고 눈도 편하고 다른것을 쓰면 너무 밋밋해서 못쓰겠습니다. 원체
테마나 바탕화면을 자주 바꾸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테마와 바탕화면의 조
화가 워낙 좋아서 상당히 오랫동안 사용할 것 같습니다.

지밍밍님 고마워요, 잘~쓰고 있답니다 :)

이미지는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어요-

과연 평상시도 이렇게 깨끗할까?

올 여름까지도 거뜬히 소화해줄 시원한 색감!





Posted by 여름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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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gmingm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고 : ) 잘쓰고 계시다니 고맙습니다아~*
    매번 제 사진 예뻐해주셔서 기쁩니다요~ 헷
    *
    저도 작업표시줄 위에 두고 쓰는데! 'ㅁ'/

    2006.05.06 11:13
  2. BlogIcon 달냥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이 참 이쁘네요. 님 말씀처럼 여름 한철 시원하게 보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노리 접속이 불안한 문제는 운영자 라지엘님의 신속한 답변으로 무사히 마무리되었답니다. 스킨도 스킨이지만 실시간 카운터 때문에 그랬다는군요. 그래서 카운터 설정도 바꾸고, 스킨도 예전에 쓰던 것으로 돌려놨답니다. 여름저녁님이 지적해주신 덕분에 모든 게 잘 해결되었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

    2006.05.07 12:40 신고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07 1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색감이 참 독특한 사진이죠? gming님께서 저것 말고도 멋부리지 않았지만 느낌 좋은 사진을 많이 찍으세요 =)

      .
      네 저도 좀전에 막 봤어요. 달냥님 글에 코멘트를 달면서 실시간 카운팅 문제일거라는 생각은 해봤지만 환경설정의 통계쪽에 통계설정은 아직 활성화된 메뉴가 아닌데 왜 실시간 카운팅으로 된 것일까..라고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저번에 제가 어디선가 그 메뉴를 분명 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지금 찾아보니 스킨관리에 스킨출력 설정부분에 있는걸 찾았습니다. 저는 초기에 실시간일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트래픽이 생길까 하는 마음에 '정적' 으로 바꿔놨었거든요.

      제대로 알고 있어서 잘 알려드렸으면 이노리 관리자님께까지 물어보지 않으셨어도 될걸 그랬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쾌적하게 잘 돌아가니 다행이예요 =)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고민합니다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고민합니다 일상단상 2006. 5. 6. 01:04

예전에 웹에서 우연히 알게되어 한 번도 얼굴은 마주하지 못했지만 6년 가까이 연락을 주고 받는 분이 계십니다. 그런데 그 분과 어제 전화를 하다가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습니다. 결과를 낼 수가 없는 너무나도 사소한 문제로 언성을 높이는 상황도 짜증났었고, 그 와중에도 왜 제가 화를 내는지 모르고 계속 같은 말을 하는 그 분에게 더욱 화가 났습니다. 결국 오늘 계속 옥신각신해봐야 좋을 것 없으니 왜 내가 화를 내는지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하고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이를 닦으며 제가 한 말을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분명 그 분의 어떤 말이 저를 화나게 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결국 그 분이 그런 말을 하게끔 몰아간 것은 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말을 하면 안되지...라는 제 합리화를 계속 해나갔지만 구석에 몰리는 것은 저 자신이더군요. 전화기를 다시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어 제 경솔함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그 분께서 다행히 사과를 받아주시며 역시 자신도 잘 한 것이 없다고 위로해주시더군요.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알게모르게 제 자신을 두르는 단단한 껍질이 발목부터 서서히 올라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어렸을적에 나를 지키기 위한 어설픈 몸짓에 저도 모르게 내뱉는 신음이 더이상 아닙니다. 철저히 남을 짓누르기 위한 악의와 전의를 함께 담고 저의 입에서 튀어나가는 그 몇마디의 말은 더 이상 예전처럼 통제불가능한 젊은 혈기나 몸부림이 아닌, 꽤 공들여 담금질하고 벼려진 칼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미 그쯤 되면 시비를 가리는 공정함도, 너와 나의 입장을 바꿔보는 역지사지도 다 필요없어집니다. 오직 필요한 것은 나에게 동의를 하는 것, 내게 머리를 숙이는 것만이 필요합니다. 그런 제 자신을 발견한 어느 날부터 꾸준히 스스로를 감시하지만 그 감시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 홀로 부끄러울 때가 부지기숩니다..

*
세상이 싫다고 일면식 없는 부녀자를 쇠뭉치로 내려치는 젊은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할아버지가 칠순 나이에도 땅거미가 내려 앉도록 밭을 갈다가 구정물에 몸을 씻고 음식 쓰레기를 뒤지는 모습을 봤습니다. 멀지않은 평택에서 일어난 일을 '강건너' 봤습니다. 세상은 점점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저의 마음은 제 몸보신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모자란 식견과, 세상사 이면을 읽기엔 누구 말이 맞는지 믿기 어려움에 의심만 늘어갑니다. 그 의심과 외면-냉소가 현명한 세상살이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차라리 속편하게 제 앞가림이라도 잘 하려는 '정직함'도 갖추지 못하고 한쪽 발을 어정쩡하게 이 '진흙탕'에서 발을 빼지 못한채 절뚝절뚝 걸어갑니다. 이런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는 하루를 보내며 마주치는 이들에게 보내는 최소한의 관심과 미소입니다. 가끔 뭔가 눈을 부릅뜨고 목청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제가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한 욕심을 떨치기가 또 어렵습니다.

무섭고 추악하지만, 작은 것들로 또 아름다운 세상을 저마다 나름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늘 경이 그 자체입니다. 저도 그 중간에서 열심히 부대낍니다.

Posted by 여름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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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gmingm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런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흠칫 놀라면서도_ 어찌하지 못합니다. 상처받으면서 상처받지 않으려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빳빳이 세우게 되요.
    보여도 보지 않은 것처럼_ 들려도 듣지 않은 것처럼_ 하려고 맘 먹었습니다. 나이와 함께 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에구 ;ㅅ; 감시자 붙여야겠어요.. 흑

    2006.05.06 11:24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06 14: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참 이리저리 채이다보면 이따금씩 저런 고민도 부질없다는 생각마저 들때도 있긴하지만 아예 생각을 멈춰버리면 어떻게 변해갈지 살짝 두렵답니다.
      지밍밍님을 글을 보면 그 가시라는 것이 섰다 누웠다 들락날락하는걸 이따금 느껴요. 그 모습이 어떨땐 귀엽다 느껴지면서 또 안스럽습니다 ;ㅁ;

      *
      감시자는 이미..우리 맘속에 다 있는거죠~, 늘 눈가리개를 씌웠다 풀었다 해서 그렇지 :)

  2. BlogIcon 달냥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타인에게 쓸데없는 칼을 들이대는 게 싫어지다보니 점점 입을 다물게 되더군요. 사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름저녁님 말씀처럼 감시자를 붙여서 세상을 향한 눈을 투명하게 해야 할 텐데 그게 귀찮은 건지 마음 속에 독은 계속 품은 채 그냥 말없는 미소만 날리는 편법만을 쓰게 됩니다.

    님 글 읽고 많이 반성하고 갑니다 :)

    2006.05.06 15:05
    • BlogIcon 여름저녁 2006.05.07 1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느정도 어린시절을 벗어나면서부터 누구든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더욱 사람을 혼란하게 하는 주제입니다 =) 웬만하면 대부분의 분들도 그 점은 동의하실거예요..

      아마도 감시자가 제역할을 못하는 것이, 귀찮다기보다는 점점 굳어가고 있다던가, 아니면 쉽게 판단할수 있는 것들이 세상에는 그리 많지 않다는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아닐까요..

      애고, 어제 친구 일좀 도와주며 밤 꼴딱 새우고 지금 들어와서 글 쓰려니 슬슬 눈이 감깁니다. 제가 뭔소리를 하는건지도 헷갈리는군요. 잠깐 눈이라도 붙여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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