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zzle'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0.07 고양이
  2. 2009.09.30 그뭄달
  3. 2009.09.29 never know

고양이

고양이 drizzle 2009. 10. 7. 03:26
뽈르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다. 예쁜 강아지는 그저 한 번 흘깃 쳐다볼 지라도 길가에 돌아다니는 집없는 고양이는 어떻게 해서든 꼭 만져보고 싶어 안달이었다. 반면 시몽은 고양이에 별 관심이 없었다. 싫어하지는 않지만 뽈르만큼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시몽은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하면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고양이를 부른다. 쭈쭈쭈. 개도 아니고 고양이가 좋다고 달려올리 없건만 시몽은 고양이가 혹시나 다가오지 않을까 빠지지 않고 혀를 찬다. 잠시 고양이가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어두움 속으로 사라지면 시몽의 기억도 어두워진 한 켠으로 가라앉는다. 고양이의 도도한 걸음걸이를 감탄하며 반짝이던 뽈르의 눈을 떠올린다.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뽈르는 독특한 의성으로 흉내내곤 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뽈르는 고양이를 만나면 쫓곤 하겠지. 그 독특한 울음소리를 내며.
Posted by 여름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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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뭄달

그뭄달 drizzle 2009. 9. 30. 02:24

시몽은 이따금 건널목 저편에서 어쩐지 쑥스러운 듯 웃으며 걸어오는 뽈르를 바라보던 때를 생각한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오로지 시몽 당신만 봐주었으면 해 하는 듯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는 그뭄달을 닮았었다. 그 웃음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뽈르의 집까지 가지 않고 그녀의 집으로 가는 마지막 건널목 빵집앞에서 기다리겠다고 시몽은 말하곤 했다. 하긴 가끔 그녀 집앞에 있는 호텔 주차장까지 가서 기다리는 때도 있었지만 그녀의 웃음은 여전했다. 그러나 시몽은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가운데 남몰래 살그머니 그뭄달이 뜨는 그 순간을 너무도 좋아했다.

뽈르가 프랑스로 떠난지 3년, 그동안 단 한 번도 그 곳을 지나친 적도 없던 시몽은 그 날 퇴근 후 저녁 그 건널목에 다시 섰다. 사람들은 여전히 복작대고 빵집도 건널목도 여전했지만 그뭄달은 더 이상 뜨지 않았다. 있어야 할 것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고 변한 것은 그다지 없는데 오직 그 그뭄달만이 다시 뜨지 않았다.

Posted by 여름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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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know

never know drizzle 2009. 9. 29. 01:15
뽈르는 모르고 있다.
아마 전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시몽은 여전히 그녀를 생각하고 그리워 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연락.
시몽은 긴 시간을 생각했다.
어떠한 말을 해야할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러던 시몽은 어느 날 출근 길 전철 안에서
머리를 올려 묶은 모습과 뒤에서 바라본 뺨의
모양이 뽈르와 닮은 여자를 보았다.

시몽은 가슴이 아팠다.
현실같지 않은 햇살이 내리 쬐던 그 아침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건만 그의 가슴은 아플정도로 다시 설레었다.

결국 시몽은 마음 먹었다.
그의 가슴에 간직한 것을 솔직히 말하기로.
말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고 그의 가슴이
말하고 있다.

어떤 것과도 연결되지 않는 변하지 않은 사실.
시몽은 여전히 그녀를 생각하고 그리워 하고 있다.

그 사실이 그의 인생을 또 다시 휘저어 놓는다 해도,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결말이 다시 한 번 기다린다고 해도,
혹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혼잣말이라 할지라도.

시몽은 여전히 그 시간을 떠나보내지 않고 있다.
Posted by 여름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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